수영 상급자 훈련법: 기록 단축을 위한 실전 트레이닝 5가지

1km은 쉬운데 그다음이 안 늘어난다

자유형 1km 쯤 끊으면 ‘나 이제 수영 좀 하는데?’ 싶은 시점이 온다. 근데 거기서 멈춘다. 랩타임이 안 줄고, 2km을 이어서 가려면 후반부에 폼이 무너지고, 접영이나 배영은 여전히 어색하다. 주 3회 꾸준히 다니는데 왜 제자리인지 모르겠는 그 답답함. 사실 이 구간이 수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비다. 초급에서 중급까지는 물에 뜨는 법, 호흡하는 법만 익히면 자연스럽게 늘지만, 상급으로 가려면 훈련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냥 많이 헤엄치는 것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 영역이다.

드릴 훈련을 메인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

상급 전환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드릴 비중을 확 늘리는 거다. 보통 워밍업 때 200m 정도 드릴 하고 바로 본 세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뒤집어야 한다. 전체 훈련 시간의 30~40%를 드릴에 쓰는 게 맞다.

대표적인 상급 드릴 몇 가지를 보면, 핑거팁 드래그는 팔을 리커버리할 때 손끝이 수면을 스치듯 끌고 오는 동작이다. 하이 엘보 자세를 강제로 만들어주니까, 2주만 꾸준히 해도 스트로크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캐치업 드릴은 한쪽 손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대쪽 손이 도착하면 그때 젓는 건데, 느리지만 한 스트로크당 추진력을 최대로 뽑아내는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근데 드릴을 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느리게 한다고 대충 하면 오히려 나쁜 습관이 붙는다. 속도는 천천히,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는 정확하게. 거울 보면서 운동하는 것처럼, 자기 팔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의식하면서 해야 한다.

인터벌 세트: 수영도 결국 심폐가 받쳐줘야 한다

기록을 줄이고 싶다면 인터벌 훈련은 피할 수 없다. 수영장에서 그냥 왕복만 반복하는 건 조깅 수준이지, 트레이닝이 아니다. 상급자 인터벌의 기본 구조는 이렇다.

  • 100m x 8세트, 세트 간 휴식 20초 (목표 심박수 유지)
  • 50m x 12세트, 세트 간 휴식 10초 (스프린트 감각)
  • 200m x 4세트, 세트 간 휴식 30초 (페이스 유지 능력)

처음에는 100m 8세트가 꽤 빡세다. 4세트쯤 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스트로크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진짜 훈련이 되는 구간이다. 지쳤을 때도 폼을 유지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실전에서 후반부 체력이 확연히 좋아진다.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출발할 때 벽 시계를 꼭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자기 페이스를 숫자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오늘 100m 1분 50초 나왔는데 지난주는 1분 55초였네’ 이런 피드백이 쌓여야 동기부여도 되고 훈련 방향도 잡힌다.

킥 훈련을 무시하면 벽을 못 넘는다

솔직히 킥보드 잡고 발차기 하는 게 재미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근데 상급으로 가려면 킥이 받쳐줘야 한다. 팔만으로 추진력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특히 장거리에서 하체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수저항이 급격히 늘어난다.

상급 킥 훈련은 단순히 킥보드 500m가 아니다. 사이드 킥이라고 해서 옆으로 누운 채 한쪽 팔을 앞으로 뻗고 킥만으로 전진하는 훈련이 있다. 이게 코어 안정성과 킥의 추진력을 동시에 잡아준다. 50m 4세트만 해도 옆구리가 뻐근해지는데, 그만큼 평소에 코어를 안 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핀 킥도 추천한다. 오리발을 끼고 킥을 하면 발목 유연성과 킥 범위가 강제로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오리발 벗고 나면 킥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무릎으로 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오리발 때문에 그 습관이 더 강화될 수 있으니까, 허벅지에서 시작하는 킥 동작을 먼저 확인하고 쓰는 게 좋다.

IM 훈련이 상급자를 만든다

IM은 Individual Medley, 개인혼영이다.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순서로 한 세트를 도는 건데, 상급 훈련에서 이게 생각보다 핵심이다. 왜냐하면 네 가지 영법을 모두 할 줄 알아야 자유형 실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접영을 하면 몸 전체의 웨이브 동작과 양손 동시 캐치 감각이 생기고, 배영을 하면 어깨 유연성과 하이 엘보 리커버리가 좋아진다. 평영은 타이밍 감각을 키워준다. 이게 전부 자유형으로 돌아왔을 때 스트로크 효율로 연결된다.

처음부터 200m IM을 끊기는 어려우니까, 각 영법 25m씩 100m IM부터 시작하면 된다. 접영 25m가 부담스러우면 버터플라이 킥만 하고 팔은 자유형으로 젓는 변형 동작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네 가지 영법의 감각을 몸에 기억시키는 거다. 주 1회라도 IM 세트를 넣으면 한 달 뒤에 자유형 스트로크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턴과 스타트에서 1~2초가 갈린다

오픈 턴을 하고 있다면 플립턴으로 바꾸는 게 상급 진입의 첫 번째 관문이다. 25m 풀에서 왕복 1km이면 턴을 39번 한다. 한 번에 1초만 아껴도 39초, 거의 40초 차이가 난다. 기록 단축에서 이만한 효율이 없다.

플립턴의 핵심은 벽과의 거리 감각이다. 너무 멀면 발이 안 닿고, 너무 가까우면 무릎이 과하게 접혀서 추진력이 떨어진다. 바닥의 T자 라인이 보이면 두 스트로크 후 턴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타이밍을 잡는 게 좋다. 처음에는 코로 물이 들어가서 고생하는데, 턴하는 동안 코로 살짝 내뱉는 연습을 하면 금방 적응된다.

벽을 찬 뒤 스트림라인 자세로 5m까지 나가는 것도 연습해야 한다. 실제로 상급 수영 동호회에 가보면, 실력 차이가 나는 건 수영 중이 아니라 턴과 글라이드 구간에서다. 턴 후에 바로 스트로크를 시작하는 사람과, 스트림라인으로 쭉 밀고 나가서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첫 스트로크를 치는 사람은 25m당 체감 차이가 상당하다.

주간 훈련 구성은 이렇게 짜보자

상급 수준에서 주 3~4회 수영한다면,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요일별로 초점을 다르게 잡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드릴 + 테크닉 위주로 1,500m 정도를 천천히 가고, 수요일은 인터벌 + 스프린트 위주로 2,000m를 강하게 치고, 금요일은 IM + 지구력 위주로 2,500m를 긴 호흡으로 간다. 토요일에 한 번 더 간다면 자유형 장거리 3,000m를 일정한 페이스로 끊는 날로 잡으면 균형이 맞다.

매일 쉬지 않고 빡세게 하면 어깨 부상이 온다. 수영은 어깨 관절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회전근개 부상 위험이 은근 높다. 훈련 전후로 어깨 밴드 운동을 5분씩 넣는 것만으로도 부상 예방에 꽤 도움이 된다. 수영 잘하는 사람치고 밴드 운동 안 하는 사람을 못 봤다는 말이 동호회에서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리고 훈련 일지를 쓰는 걸 추천한다. 거창할 필요 없이, 오늘 뭘 했고 몇 세트 했고 컨디션은 어땠는지 메모장에 한두 줄만 적어도 된다. 2~3개월 뒤에 돌아보면 자기가 어디서 늘었고 어디서 정체됐는지가 보인다.

오늘부터 딱 하나만 바꿔본다면, 다음 수영장 갈 때 워밍업 끝나고 바로 본 세트 들어가지 말고 드릴 400m를 먼저 해보자. 캐치업 드릴 200m, 핑거팁 드래그 200m. 느리지만 정확하게. 그것만으로도 그날 수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거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