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 벌어지는 일, 원인부터 파악해보자

기름값이 갑자기 뛸 때, 뉴스에 꼭 등장하는 이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가 리터당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 경험, 한두 번쯤은 있을 거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얼마 안 했는데, 갑자기 몇십 원이 훌쩍 올라 있다. 그럴 때 뉴스를 켜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중동 어딘가에 있는 좁은 바닷길인데, 이 해협에서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 기름값이 요동친다. 솔직히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 왜 이렇게까지 영향을 받는 건지, 처음엔 잘 와닿지 않는다. 근데 알고 보면 우리가 쓰는 석유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길목을 통과해서 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왜 자꾸 문제가 되는지, 통행이 막히는 원인이 뭔지 한번 정리해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이다.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약 33km 정도밖에 안 된다. 여기를 통과해야 페르시아만 안쪽에 있는 산유국들, 그러니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나라들의 석유가 바깥 바다로 나올 수 있다. 하루에 이 해협을 지나는 석유량이 대략 전 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20~30%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다. 한국도 중동에서 원유를 꽤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서, 이 길이 막히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비유하자면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딱 하나뿐인데 차는 수백 대가 몰리는 상황이랑 비슷하다. 우회도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로로 보내는 건 용량에 한계가 있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그래서 사실상 호르무즈를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통행이 막히는 첫 번째 원인: 이란과 미국의 갈등

호르무즈 해협 문제의 중심에는 거의 항상 이란이 있다. 해협의 북쪽 해안선이 이란 영토이기 때문에, 이란은 지리적으로 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이 이란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 이란 측에서 “그럼 우리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식으로 대응 카드를 꺼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2019년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영국 유조선을 나포한 일도 있었다. 이란 핵 합의(JCPOA)가 깨지면서 양쪽 긴장이 극도로 높아졌던 시기인데, 이런 군사적 충돌이나 위협만으로도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실제로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적은 아직 없지만, 봉쇄 가능성만으로 시장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근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하면 이란 자신도 석유 수출길이 막힌다. 그래서 실제 봉쇄보다는 “봉쇄하겠다”는 위협 자체가 외교 협상용 카드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두 번째 원인: 중동 지역 분쟁과 대리전

이란-미국 갈등만이 아니라, 중동 지역 내부의 분쟁도 호르무즈 통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멘 내전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이 대표적이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 세력인데,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상선을 공격해왔다. 2023년 말부터 2024년까지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크게 늘면서, 주요 해운사들이 홍해 통과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해 루트가 위험해지면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중동에서 나온 석유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경로가 막히면, 대체 루트의 부담이 가중되고 물류비가 치솟는다. 이렇게 중동의 여러 분쟁이 겹치면 호르무즈 인근의 안보 리스크가 동시에 올라간다. 한 곳에서 불이 나면 옆 건물도 위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우디와 이란의 오랜 경쟁 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페르시아만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올라가고, 이는 곧 호르무즈 해협 통행 불안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원인: 군사 활동과 해상 무장 충돌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수로에 군함, 유조선, 상선이 뒤섞여 다니는 곳이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기지를 두고 이 해역을 상시 순찰하고 있고,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도 고속정을 운용하며 수시로 활동한다. 양측 함정이 가까이 마주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가끔 이란 고속정이 미군 함정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하거나, 상선에 경고 사격을 하는 일이 보도된다. 2020년대 들어서는 이란이 외국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억류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사건 하나하나가 해운 보험료를 끌어올리고, 선사들이 호르무즈 통과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보험료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면, 전쟁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면 해상 보험료가 몇 배로 뛴다. 보험료가 오르면 운송비가 오르고, 운송비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오르는 과정의 이면에는 이런 구조가 있는 거다.

네 번째 원인: 석유 시장의 심리와 투기

재미있는 건,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지 않아도 유가가 출렁인다는 점이다. 석유 시장은 현재 공급량보다 “앞으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란 고위 관리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봉쇄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을 한마디 하면, 그날 국제유가가 바로 뛰는 식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투기 세력의 움직임도 유가 변동을 증폭시킨다. 선물 시장에서 “호르무즈가 불안하니 석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에 나서면, 실물 경제와 무관하게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 오른 가격이 다시 뉴스가 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솔직히 말하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는 실제 물리적 봉쇄보다 이런 심리적 요인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때가 많다. 시장 참여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직접적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가져오는데, 이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온다. 해협 통행에 문제가 생기면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바로 영향이 온다.

2019년 호르무즈 긴장이 높아졌을 때 한국 정부가 자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한 적이 있다. 에너지 안보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군사·외교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에너지원을 분산하는 것이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호주, 러시아(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등에서 LNG나 원유를 들여오는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근데 현실적으로 중동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서, 호르무즈 해협은 앞으로도 한국 경제의 주요 변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호르무즈는 계속 불안할까

솔직히 단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과의 갈등은 계속될 거고, 중동 내부 분쟁도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후티 반군의 해상 공격 역시 언제든 다시 격화될 수 있다.

다만 역설적으로 호르무즈 봉쇄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안 되기 때문에, 완전한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란도 자국 석유 수출이 막히는 건 원하지 않고, 중국·인도 같은 이란 원유의 주요 구매국도 해협 안정을 원한다. 결국 “위협은 계속되지만 실제 봉쇄까지는 가지 않는” 줄타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 뉴스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또 나왔다면, 일단 주유소 기름값을 한번 확인해보자. 거기서부터가 이 먼 바다의 긴장이 내 지갑에 닿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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