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행, 왜 전 세계가 이 좁은 바닷길에 목숨을 거는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 보면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제까지 리터당 1,600원이던 휘발유가 갑자기 1,750원으로 뛰어 있는 거다. 뉴스를 틀어보면 어김없이 ‘중동 긴장 고조’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리고 그 뉴스 속에는 빠지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솔직히 말하면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디 붙어 있는 바다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좁디좁은 바닷길 하나가 막히느냐 안 막히느냐에 따라 한국 기름값이 출렁인다. 우리 지갑과 직결되는 얘기인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대체 어디길래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이다.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약 33km 정도밖에 안 된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초대형 유조선들이 줄지어 지나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안쪽으로 페르시아만이 있고, 바깥쪽으로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이어진다.

페르시아만 안쪽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보면 바로 감이 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이란. 세계 산유국 상위권이 거의 다 이 안에 모여 있다. 이 나라들이 원유를 수출하려면 배에 실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다른 길이 사실상 없다. 파이프라인으로 일부 우회하는 루트가 있긴 하지만 처리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여기를 지나간다

숫자로 보면 상황이 더 와닿는다. 하루에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이 대략 2,000만 배럴 안팎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3분의 1, 전체 석유 소비량 기준으로는 약 20% 수준이다. 하루에 유조선만 수십 척이 이 좁은 길을 오간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 민감하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동산인데, 그 원유가 전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서 온다. 해협이 막히면 원유 공급이 끊기는 건 시간문제고, 기름값 폭등은 물론이고 석유화학·운송·제조업 전반에 도미노처럼 타격이 온다. 실제로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습이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쳤던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그게 바로 이 해협의 무게감이다.

왜 하필 이 해협이 분쟁의 중심이 되는가

호르무즈 해협이 자꾸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 단순히 좁아서가 아니다. 이 해협의 북쪽 해안선을 이란이 쥐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과 수십 년째 대립 중이고,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카드로 꺼내든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에서 외국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군함으로 위협 항해를 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란 입장에서 보면 나름 논리가 있다. 자국 경제를 옥죄는 제재에 대한 유일한 지렛대가 이 해협이기 때문이다. 해협을 막겠다고 위협만 해도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그러면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도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봉쇄까지 가지 않더라도, 위협만으로 보험료가 올라서 운송비가 뛰고, 결국 기름값에 반영된다.

거기에 이란-사우디 간 종파 갈등,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공격, 이스라엘-이란 간 긴장까지 겹치면서 이 해역은 늘 화약고 같은 상태다. 근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막으면 자국 원유 수출길도 끊기기 때문에 실제 전면 봉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위협과 실행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는 셈이다.

우회로는 정말 없는 건가

완전히 없지는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이 있어서 페르시아만 쪽 원유를 홍해 쪽으로 보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도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2012년에 완공했다. 하지만 이 파이프라인들의 총 수송 능력을 다 합쳐도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물량의 일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파이프라인을 쓰려면 사우디와 UAE가 증설 투자를 해야 하고, 홍해 쪽으로 보내면 이번에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야 하는데 거기도 안전한 루트가 아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우회한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게 아닌 거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아직은 마땅치 않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오나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이 중동에서 오는데, 호르무즈가 불안해질 때마다 정부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년 호르무즈 긴장 때 한국 정부가 청해부대 호르무즈 파견을 검토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 체감은 생각보다 빠르게 온다. 주유소 가격이 올라가는 건 물론이고, 택배비·항공료·난방비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석유화학 업종은 원재료 가격 변동에 직격탄을 맞고, 수출 물류비도 올라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주변에서도 기름값 오를 때마다 생활비가 빡빡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출발점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해협에 닿는 경우가 꽤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전략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고,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러시아·중앙아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이 좋고 운송 인프라도 이미 갖춰져 있어서, 단기간에 비중을 확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도 호르무즈는 계속 뜨거울까

냉정하게 보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구조적인 문제라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방의 제재는 계속될 거고, 이란은 호르무즈 카드를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 중동 지역 내 종파·영토 갈등도 뿌리가 깊어서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이 탈탄소·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원유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건 수십 년 단위의 얘기고, 당장은 석유 없이 돌아가는 경제가 없다. 전기차가 아무리 늘어도 석유화학 원료, 항공유, 선박 연료까지 한 번에 대체되는 건 아니니까.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앞으로도 국제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뉴스에서 ‘중동 긴장’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그게 내 기름값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흐름을 알고 있으면 나름 대비가 된다. 최소한 기름값 오르기 전에 미리 주유하는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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