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깬 적, 한 번쯤 있지 않나
새벽 3시쯤, 이유 없이 손이 저려서 깬다. 팔을 털어보면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누우면 또 찌릿하다. 처음엔 ‘자세가 이상했나’ 싶어서 넘어가고, 두 번째는 ‘어제 좀 무리했나’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변에 물어보면 의외로 많다. 특히 30대 후반부터 50대 사이, 사무직이나 주부들.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다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버틴다는 것. 근데 솔직히 말하면, 손목 신경이 보내는 신호는 뇌가 인식하는 순간 이미 한참 지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통증이 오는 시점과 실제 손상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꽤 있는 셈이다.

손목터널증후군, 대체 왜 현대인한테 이렇게 흔해졌나
손목 안쪽에는 ‘수근관’이라는 좁은 통로가 있다. 이 통로를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그 주변이 부어오르거나 압력이 높아지면 신경이 눌린다. 그게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이름은 어려워 보여도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문제는 현대인의 하루 일과가 이 수근관을 압박하는 쪽으로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하루 8시간 키보드, 퇴근하고 스마트폰 3~4시간, 거기에 마우스 드래그까지. 손목을 꺾은 자세로 반복적인 움직임을 하는 시간이 하루 10시간을 훌쩍 넘긴다. 예전 사람들이 하루 종일 손목을 꺾어가며 뭔가를 두드리고 쓸고 했을까?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면서 유병률이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근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컴퓨터 많이 쓰는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다. 임신 중인 여성, 당뇨병 환자, 갑상선 저하증이 있는 사람도 위험군이다. 호르몬 변화나 대사 이상으로 수근관 주변이 붓기 쉬운 체질이 있는 것.

초기 신호 –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있다면 지금이 골든타임
많이들 착각하는 게, 손목이 아파야 손목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근데 손목터널증후군의 초기 신호는 ‘손가락’에서 먼저 온다. 정확히는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절반. 새끼손가락은 다른 신경이 담당하기 때문에 거기가 저리면 오히려 다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신호를 정리하면 이렇다.
-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하다
- 운전 중에 핸들을 오래 잡고 있으면 엄지·검지 쪽이 찌릿하다
- 젓가락질이나 단추 잠그기처럼 미세한 동작이 전보다 서툴러진 느낌
이 중에서 특히 주의할 건 세 번째. 통증보다 ‘어라, 왜 이게 안 되지’ 하는 감각 둔화가 먼저 온다. 실제로 병원 가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됐어요’라고 호소하는 환자가 꽤 있다고 한다. 그 단계면 이미 신경이 꽤 눌린 상태인 편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진단 – 팔렌 테스트
병원 가기 전에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가 있다. 이름은 ‘팔렌 테스트’인데, 준비물 없이 30초면 된다.
방법은 이렇다. 양손을 가슴 앞으로 올려서 손등끼리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꺾는다. 기도하는 자세를 뒤집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자세를 60초 정도 유지한다. 만약 1분 안에 엄지~중지 쪽이 저리거나 찌릿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다른 건 ‘티넬 징후’다. 손목 안쪽 정중앙, 그러니까 손목을 뒤집었을 때 주름 생기는 곳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본다. 여기를 두드렸을 때 손가락 쪽으로 전기 오듯 찌릿한 느낌이 퍼지면 역시 신경이 자극받고 있다는 뜻이다.
근데 이 테스트들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다. 양성이 나와도 다른 원인일 수 있고, 음성이어도 초기 단계면 안 나올 수 있다. 자가 진단은 ‘병원 갈까 말까’ 판단할 때 쓰는 거지, 확정 진단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 바꿔야 할 세 가지 – 책상, 잠자리, 스마트폰
손목 신경 압박을 줄이려면 손목이 꺾인 시간을 줄여야 한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까다롭다. 하루 종일 신경 써야 하기 때문.
첫째, 책상 환경. 키보드를 칠 때 손목이 아래로 꺾이거나 위로 들리면 안 된다. 손등과 팔뚝이 일직선이 되도록 의자 높이를 조정하는 게 핵심. 마우스는 손목을 들지 않고 팔 전체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팜레스트나 손목 받침대를 쓰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지만, 너무 딱딱한 건 오히려 혈류를 막을 수 있으니 말랑한 걸로.
둘째, 잠자리. 자다가 손이 저린 사람 대부분은 자면서 손목을 꺾고 잔다. 무의식중에 주먹을 쥐거나, 손목을 접고 있는 자세. 이런 경우 야간용 손목 보호대를 끼고 자면 증상이 확 줄어드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서 ‘손목터널 야간 보조기’로 검색하면 1~2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셋째, 스마트폰. 누워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 들고 있는 자세가 제일 안 좋다. 엄지로만 스크롤 하는 동작이 반복되면 엄지 기저부 근육이 혹사된다. 최소한 양손으로 잡고, 15분마다 손을 털어주는 습관을 들이자.
스트레칭 3가지 – 하루 3분이면 충분하다
손목 주변 근육과 인대가 유연해지면 수근관 내 압력이 줄어든다. 거창한 운동 필요 없고, 출근 전이나 자기 전 딱 3분이면 된다.
1) 기도 자세 스트레칭: 손바닥을 가슴 앞에서 맞댄 뒤, 팔꿈치는 그대로 두고 손목을 아래로 천천히 내린다. 손목 안쪽이 당기는 느낌이 들 때까지. 20초 유지, 3번 반복.
2) 손목 뒤로 젖히기: 한쪽 팔을 앞으로 뻗고, 반대 손으로 손가락을 잡아 몸 쪽으로 천천히 당긴다. 팔뚝 안쪽이 시원하게 당겨지는 느낌이면 제대로 하는 것. 20초씩 양쪽.
3) 신경 활주 운동: 주먹을 꽉 쥔 상태에서 손가락을 쫙 펴고, 엄지만 따로 뒤로 젖힌다. 그 자세에서 반대 손으로 엄지를 살짝 뒤로 더 당긴다. 정중신경을 부드럽게 움직여주는 동작. 10회씩 하루 2~3세트.
주의할 건, 스트레칭을 해서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저림이 악화되면 바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 ‘아픈데 참고 하면 좋아지겠지’는 오히려 신경을 더 자극할 수 있다.
병원은 언제 가야 하나 – 이 선을 넘으면 미루지 말자
자가 관리로도 버티는 사람이 있고, 그게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낫다.
- 저림이 3주 이상 지속되고, 스트레칭이나 보호대로도 개선이 없을 때
- 엄지 쪽 근육(엄지두덩)이 눈에 띄게 얇아진 느낌이 들 때
-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젓가락질·단추 채우기가 전과 확연히 달라졌을 때
- 낮에도 계속 저리고,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특히 두 번째, 근육 위축이 시작되면 이건 회복이 오래 걸린다. 신경이 장기간 눌리면 그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이 점점 마른다. 여기까지 오면 스트레칭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수술까지 가기 전에, 초음파 유도 주사나 야간 부목 치료 같은 비수술적 선택지가 있을 때 잡는 게 낫다.
진단은 보통 신경전도검사로 한다. 손목 부위에 약한 전기 자극을 줘서 신경 전달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인데, 조금 따끔하지만 금방 끝난다. 이걸로 손상 정도가 어느 단계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당장, 딱 하나만 바꿔본다면
길게 얘기했지만, 오늘부터 뭐 하나만 실천해보자면 이거다. 잠들기 전 5분, 침대에 앉아서 위에서 말한 기도 자세 스트레칭 한 번. 그리고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깬 경험이 있다면 손목 보호대 하나 주문해서 일주일만 껴보기. 이 두 가지만으로도 증상이 꽤 누그러지는 사람이 많다. 뇌가 ‘괜찮다’고 속이기 전에, 손목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알아채는 게 진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