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올리브오일 코너 앞에 서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결국 제일 저렴한 걸 집어 오게 된다. 엑스트라 버진, 퓨어, 라이트—라벨만 세 종류인데 가격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어차피 올리브오일이면 다 비슷하겠지 싶지만, 실제로 쓰다 보면 종류마다 쓰임새가 다르고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병 사더라도 제대로 알고 쓰면 훨씬 활용도가 높아진다.
심장에 좋다는 말의 근거가 뭔지
올리브오일이 몸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 때문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핵심은 올레산이라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인데, 올리브오일 성분의 70~80% 가량을 차지한다. 이 성분이 LDL 콜레스테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수치를 낮추면서 HDL 콜레스테롤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지중해 지역 국가들에서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건 꽤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사실인데, 그 식단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게 올리브오일이다. 물론 올리브오일 하나만으로 심장이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전체 식단 패턴과 생활 습관이 함께 작용하는 거지, 올리브오일만 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매일 쓰는 식용유를 버터나 팜유 대신 올리브오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방 섭취의 질이 달라진다는 건 분명하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지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큰술(약 15ml)에 120kcal 가까이 된다. 건강하다는 이유로 마음껏 둘러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가열하면 성분이 날아간다—는 말이 반만 맞는 이유
올리브오일은 가열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발연점은 대략 180~200도 사이다. 일반적인 볶음 요리 온도가 160~180도 정도인 걸 감안하면, 강불에 오래 달구지만 않으면 볶음 요리에 써도 큰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건 200도를 넘기는 튀김처럼 고온이 오래 유지되는 조리인데, 이런 경우에는 발연점이 더 높은 퓨어 올리브오일이나 다른 기름을 쓰는 게 맞다.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은 열에 의해 어느 정도 분해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항산화 효과를 제대로 챙기고 싶다면 샐러드 드레싱으로 생으로 뿌리거나, 갓 완성된 파스타나 수프 위에 마지막에 한 바퀴 둘러주는 방식이 좋다. 요리 중에 쓰는 올리브오일과 마무리에 두르는 올리브오일은 역할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전자는 향과 기름기를 위한 것이고, 후자는 항산화 성분까지 챙기는 것이다.

폴리페놀이 많은 올리브오일은 맛부터 다르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에는 폴리페놀 계열의 항산화 물질이 상당히 들어있다. 올레오칸탈이라는 성분은 항염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히드록시티로솔은 세포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항산화라는 표현이 이제는 마케팅 문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올리브오일의 경우는 성분 분석 연구가 비교적 많이 이뤄진 편이다. 다만 폴리페놀 함량은 올리브 품종, 수확 시기, 착즙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같은 엑스트라 버진이라도 폴리페놀이 거의 없는 제품이 있고, 반대로 상당히 많이 들어있는 제품이 있다.
품질 좋은 올리브오일은 맛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된다. 목 뒤쪽에서 약간 알싸하거나 씁쓸한 느낌이 드는 제품이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편이다. 처음 먹으면 이게 뭔가 상한 건가 싶을 수 있는데, 오히려 이 맛이 좋은 올리브오일의 특징이다. 밍밍하고 아무 맛도 안 나는 제품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엑스트라 버진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엑스트라 버진은 올리브를 수확한 뒤 24시간 안에 냉압착 방식으로 착즙한 것이다. 화학 처리나 고온 처리 없이 물리적인 방식으로만 기름을 짜내기 때문에, 올레산과 폴리페놀, 비타민E 같은 성분이 비교적 잘 보존된다. 산도가 0.8% 이하여야 이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퓨어나 라이트 올리브오일은 정제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가열과 화학 처리를 통해 불순물과 냄새를 제거하기 때문에 색이 훨씬 연하고 향도 거의 없다. 대신 발연점이 높아서 고온 조리에 더 안정적이다. 항산화 성분은 많이 사라지지만, 튀김이나 강한 볶음 요리에는 오히려 이쪽이 적합하다.
정리하면, 용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샐러드에 뿌리거나 요리 마무리에 쓸 거라면 엑스트라 버진이 맞고, 볶음이나 튀김 전용으로만 쓸 거라면 퓨어로도 충분하다. 두 병을 따로 두고 쓰는 게 가장 합리적이긴 한데, 한 병만 산다면 엑스트라 버진을 사서 중약불 볶음에만 쓰는 게 낫다.
피부에 바르는 올리브오일—실제로 어떤지
올리브오일을 피부에 직접 바르는 건 오래된 방법이다. 스쿠알렌, 비타민E, 폴리페놀이 피부 장벽 보호와 보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있다. 자기 전에 건조한 팔꿈치나 발뒤꿈치에 소량 바르면 다음 날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 난다. 이 정도 용도라면 비싼 엑스트라 버진을 쓸 필요도 없다.
얼굴에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올리브오일은 코메도제닉 지수가 2 정도로 낮지는 않아서, 모공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지성 피부나 여드름이 잘 나는 피부 타입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건성이거나 피부 장벽이 많이 약한 편이라면 써볼 만하지만, 먼저 팔 안쪽처럼 민감하지 않은 부위에 테스트해보는 게 낫다.
머리카락 끝에 쓰는 건 은근 효과가 있다. 드라이기 열이나 고데기 손상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데, 양이 중요하다. 손바닥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손끼리 비벼서 따뜻하게 만든 다음, 모발 끝에만 살짝 바르는 게 포인트다. 많이 바르면 기름기가 남아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하루에 얼마나 먹어야 하나
건강에 좋다고 매 끼니마다 듬뿍 두르면 칼로리 과잉으로 이어지기 쉽다. 일반적으로 하루 1~2큰술, 그러니까 15~30ml 정도를 권장하는 편이다. 이 정도면 지방산 섭취 면에서도 부담이 없고, 요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에도 충분한 양이다.
아침 토스트에 버터 대신 찍어 먹거나, 점심 샐러드에 드레싱 대신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뿌리거나, 저녁 파스타 마무리에 한 바퀴 두르는 식으로 하루 한두 번 자연스럽게 끼워 넣으면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챙겨 먹는다는 느낌보다, 쓰던 기름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훨씬 지속하기 쉽다.
담석이 있거나 소화기관이 예민한 편이라면 지방 섭취 전체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경우에는 주치의와 먼저 확인하는 게 맞다.
오늘부터 딱 하나만 해본다면, 냉장고에 있는 식용유 대신 올리브오일로 계란 하나 볶아보는 거다. 샐러드 드레싱도, 피부 관리도 그다음 얘기다. 기름 하나 바꾸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